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 18시
매일 18:00~18:10 보호자 면회 시간.
보호자는 1인만 지정할 수 있으며, 대부분 남편.
음식이나 기타 물품은 언제든 넣어 줄 수 있지만
얼굴을 보는건 저 시간, 단 10분 뿐이었다.
샤워를 하는 날이면 10분 일찍와서 샤워를 도와줄 수 있는데 ‘조기양막파열’ 산모인 나에겐 해당사항이 없었다. 샤워와 머리감는 것 모두 금지가 되었기 때문에.
대신 드라이샴푸, 워터리스샴푸로 자리에서 머리를 감거나 바디티슈로 몸을 닦아내는 정도는 가능했기에 나도 남편에게 도움을 받아 씻기도 했다.
병원에서 삼시세끼가 나오지만 턱없이 부족한 영양소.
특히 임산부에게 필요한 단백질은 너무 적게 나오고 탄수화물만 잔뜩 나오는 이상한 식단.
아기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단백질과 과일(수분, 적당한 당)은 밖에서 조달해서 먹어야만 했다.
남편은 격일로 고기를 구워서 가져다주고 필요한 물품들을 제때 넣어주느라 일주일에 5회 이상을 왔다.
보호자 면회 시간.
지인과 대면하여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애인이었던 남편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이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
6년동안 얼굴 보지 않은 시간이 30일 정도 밖에 안될 정도로 연애때부터 매일 같이 얼굴을 봤고, 각자 놀러가는 것도 손에 꼽을 정도로 둘이 같이 다닌 껌딱지 부부.
서로가 옆에 있는게 너무나 당연했던 일상.
그 일상과 함께 나도 무너져 내려가고 있었지만,
이 시간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왕복 2시간을 투자하여 가엾은 아내를 보러 온 남편.
처음 일주일 동안은 서로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흘렀다.
웬만하면 서로 눈물 보이지 않는데, 심지어 난 결혼식때도 울지 않았는데.. 먼저 글썽이는 신랑을 보니, 참고 있었던 감정들이 벅차올라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나왔다.
이 계기로 애틋함이 생겼다.
연애를 다시 하는 기분이랄까?
뱃속의 아기가 엄마아빠 사이좋게 지내라고 효도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최근에 투닥투닥 거리곤 했으니….)
임산부 장기입원,
가장 필요한건 남편 보호자
조산기로 입원하여 출산까지 있는 임산부들에게
가장 필요한건 다름아닌 남편 보호자라고 생각한다.
부모도 친구도 모두 나를 온전히 위해주진 않는다.
부모는 딸자식이 우선이고 오롯이 딸 뿐인데,
남편은 아내, 아기도 함께 생각하니 나에겐 더 필요했던 존재가 맞다. 위험의 순간 아내와 아기를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는 소리를 들은 남편은 아내를 선택한다고 했지만, 나는 아기를 선택해 달라고 말했다.
그만큼 아기에 대한 나의 마음과 생각은 남편에게만 공유할 수 있었고 그만이 공감을 해주었다.
장기입원, 아기를 생각하며 ‘버틸 만’ 했다.
그렇지만 ‘할 만’ 했다는 아니다.
양팔엔 주사자국과 혈압기로 인한 멍.
씻지못해 스쳐도 때가 나올 정도의 찝찝함.
진통 소리, 우는 소리에 나도 언제 응급 상황에 닥칠지 모르는 불안감. 그리고 계속되는 잠 못드는 밤들..
제정신으로 버티는 임산부가 얼마나 될까.
악으로 깡으로 아기를 지키기위해 버티고 버티는 것 뿐.
이 글을 읽게 되는 분들은 남편에게 공유해주세요.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셔야 합니다.
당장 회사일이 힘들고 스트레스 받아도 피곤해도 사랑하는 아내와 예쁜 아가와 셋이 함께 할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세요. ‘괜찮다, 네 잘못 아니다.’ 이런 위로 보다는 아기 이름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출산가방 싸면서 의논 하고, 최대한 밝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만 해주세요. 안그래도 혼자 있는 시간에는 죄책감으로 울고, 걱정하고 있을 테니까요.
모두 힘내세요.
아기는 생각보다 강하고, 엄마는 더 강하답니다.
누구의 탓도 아닌 교통사고 같은 것.
내가 조심한다 해도 어쩔 수 없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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