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고위험산모

25주 조기양막파열 양수없이 일주일 (8)

자몽타이쿤 2025. 3. 5. 22:10
조기양막파열, 양수파수
24주부터 일주일 버텨,
25주를 맞이하다.



임신초기에 조기양막파열로 양수가 터졌다면
자연스레 양막이 붙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임신중기 (20주 이상) 조기양막파열이 되었다면 거의 양막이 붙는걸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아기가 머리로 막아준다면 양수가 새는걸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정도. 하지만 그것도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생기면 다시 흐를 수 밖에 없다.


24주부터 25주까지 야속하게도 양수는 계속 흘렀다.
아기 몸무게가 증가하면서 흐르는 양수도 늘었다.
아기가 소변을 싸며 양수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렇게나 소변을 많이 싸나 싶을 정도였다.


양수가 없어 아기가 움직일 공간이 없다고 했는데,
울 애기는 초음파 볼 때 마다 머리 위치가 바뀌었다.
여전히 횡아였지만, 머리위치가 오른쪽/왼쪽으로 180도 바뀌어있는걸 보니 뭔가 울컥하며 기쁘기도 했다.
좁은 공간에서 애쓰면서 움직인다는 것 아닌가...


양수가 없어도 스스로 만들어내며 호흡 연습도하고
좁은 공간에서도 배를 빵빵 차고 놀기도 한다.
양수가 없어서 그런지, 아기 몸무게가 늘어서 그런지 태동은 더 심해져갔고 딸꾹질 하는 것도 느꼈다.
모든게 신기하고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못해본게 많은 임산부


1) 임당검사

임신성 당뇨 검사 (임당검사)를 앞두고 양수가 터졌다.
(임당검사 시약은 받아와서 냉장고에 넣어놨지만…)
대학병원에서도 임당검사 결과지가 없으니 검사를 하려고 했지만, 라보파 때문에 검사가 계속 미뤄지면서 결국엔 못했다. 대신 3일동안 공복혈당/식후2시간혈당 체크를 계속 했었고, 정상범위였기에 그냥 넘어간듯 했다.

임당검사 관련 포스팅이 엄청 많은 걸 보면, 이 시기에 (24주 즈음) 임산부들에게 제일 핫한 주제가 아닐까 싶다. 나는 한번도 해보지 못해서 서운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다행이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




2) 입체초음파

12주 1차 기형아검사 때 입체초음파를 보긴 봤다.
그때는 애기가 뒤를 보여줘서 뒷모습이 찍혀있다.
애기 얼굴이, 형태만이라도 궁금했기에 병원에 누워서 교수님께 입체초음파는 찍을 수 없냐고 물어봤다. 양수가 없어서 입체초음파는 안나올 거라고 했다.

-. 내가 하고 싶지 않아서 안하는 것
-.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

여기서는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들이 많아서 늘 슬펐다.




3) 만삭사진촬영

조리원 계약할 때 만삭사진촬영 무료로 해준다고 했었는데 관심이 없었다. 웨딩촬영과 본식촬영, 신행 스냅 등 카메라에 질려(?) 있었기 때문에.. 찍어도 셀프로 그냥 집에서 찍어보기로 했었던 만삭사진촬영...

근데 난 내 만삭의 모습을 볼 수도 없고, 사진으로 담을 수도 누구한테 자랑을 할 수도 미래에 추억을 할 수도 없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나의 임산부 생활인데..

못하니 더 하고 싶은 마음..


4) 태교여행

태교여행에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산전 육아휴직을 쓰는 바람에 해외여행은 포기한 상태였다. 배가 좀 불러오면 친구들이랑 풀빌라나 다녀올까 했었는데 와르르 무너져버린 꿈. 그치만 이건 별로 슬프지 않았다.

남편과 연애시절 여행 많이 다녔고
친구들이랑도 주기적으로 잘 다녔었으니...
그래도 여행지에서 배부른 사진을 못찍은건 아쉬웠다.




1분이 하루 같았던, 일주일.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시간은 나에게 왜이리 가혹한지
소제목처럼 정말 1분이 하루 같이 길었다.
안좋은 생각만 하다보니 더 길게 느껴졌던 시간.


일부러 드라마도 보고 애니도 봤지만
집중이 안되서 완결을 본 작품이 하나도 없을 정도..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펜트하우스, 스파이패밀리
평소 같았으면 일주일도 안되서 끝낼 시리즈들인데.


암튼 일주일을 양수 없이
고위험산모 입원실에서 버텼다.
산모도 아기도 모두 건강했다.